대도시에서 핵폭탄이 터진다면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과학자들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는 달아나기보다는 숨는 것이 상책이다. 지하실로 대피하는 것이 여의치 않으면 차 안에라도 숨어야 한다. 방사성 낙진을 피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그러나 이처럼 간단한 사실을 시민들에게 홍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16일 보도했다.
미국 대도시가 핵공격을 당한 상황을 가정하는 것조차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그 원인이라는 것.
과거 미국의 핵재난 대비책은 주로 핵 공격을 예방하거나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대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수년 전부터는 시민 개개인의 대처 요령 숙지도 중요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지 부시 전 행정부는 2007년 핵재난에 대비한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사업에 550만달러를 배정하고 이를 연구기관들에 지원해 컴퓨터를 활용한 핵재난 시뮬레이션 실험을 수행했다.
워싱턴과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들이 핵 공격을 당한 상황을 가정한 이 실험 결과 시민들이 핵 폭발 수시간 내에 은신처에 숨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로스앤젤레스가 핵 공격을 당한 상황을 가정했을 때 폭발 지점 반경 1마일(1.6㎞)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몸을 숨기지 못할 경우 사상자는 28만5천명으로 예상됐지만 이들이 차량과 같은 최소한의 은신처에만 숨어도 사상자는 12만5천명으로 감소했다. 얕은 지하실에 숨을 경우 사상자는 4만5천명으로 떨어졌다.
이를 토대로 부시 전 행정부는 지난해 1월 핵 재난 상황 대처 요령을 담은 92쪽 분량의 핸드북을 발간했지만 사안의 '민감성' 탓에 이를 대중에 공개하지는 못했다.
곧이어 들어선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 핸드북의 수정작업에 들어가 라스베이거스에서 핵무기 테러 공격을 가정한 훈련을 추진했지만 이 또한 지역민의 강한 반발에 부딪쳤다. 라스베이거스 지역을 대변하는 해리 리드 상원의원도 관광객들이 줄어들 것이라며 훈련에 반대했다.
결국 오바마 행정부는 훈련 계획을 접었다.
이는 핵공격 상황을 가정하는 것조차 금기시하는 분위기 때문에 미국에서 핵재난 대비책을 공개적으로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W. 크레이그 퍼게이트는 "(핵재난에 대해) 생각하기만 해도 너무 무섭다고 여기는 정신적 장애물을 뛰어 넘어야 한다"며 핵재난 대비태세를 갖추고 시민들에게 자신을 지킬 방법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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